0.개발자를 꿈꾸기까지
나는 집 주변의 전문대학에서 평범하게 '취직이 잘 되는' 과를 선택하여,
그럭저럭한(어쩌면 평균보다 낮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평범한 중견기업의 생산직으로써 일을 했었다.
내게 있어서 '일' 이란,
단순히 농경시대의 농부들처럼 적성에 맞든,안맞든
그저 먹고 살기위한 최소한의 수단으로써 여겨졌으며
하루의 일부분은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일'을 하고
그 외엔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왔다.
그때까지는 평생에 걸쳐 하게 될 '일'에 대해
그 어떠한 의미도 두지 않았다.
그저 먹고 살기위해 내 하루중 지불해야할 대가 정도로만 취급했다.
하지만 여느 생산직이 그러하듯
교대근무를 하며, 직장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나를 위한 시간보다 더 많아졌고
점차 '일'이 내 삶에서 어느정도의 점유율을 가지는지 알게 될 무렵에
나는 다시 한번 내가 하고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적당한 노동강도, 내 기준보다는 살짝 낮은 급여,
강성노조로 인한 고용안정성과 더불어 국내 점유율 1위의 입지에서 오는 업계의 안정성.
단순히 생활을 위해서 일을 하며 평생을 근무하기에는 좋은 조건의 직장이었으나
일에 대해 고민을 할 무렵의 내게는 가장 큰 결함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커리어의 부재' 였다.
아마 대부분의 생산직종에 포함되는 단점일 것이다.
어느날 17년차인 선배님과 같이 일을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하시는 일은 현재 내가 하고있는 일과 동일했다.
육체의 부담을 약간이나마 덜을 수 있는 조그마한 노하우를 제외하곤,
나와 하는일이 처음부터 끝까지 같았다.
그러한 상황을 보고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허무함이었다.
이 회사에서 '나'라는 인간은 성장할 수 없으며, 변하는 것은 약간의 급여상승 뿐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하고있는 일은 어떠한 직장을 가도 통용되는 기술이 아닌,
단지 그 회사 내에서만 작동하는 기계를 조작하는 일이었기에 그 회사가 망했을 경우,
나는 어떠한 재주도 없는채로, 전혀 성장하지 않은채로
밖으로 내던져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도 일은 계속 하고 있었지만
굉장히 거친 회사 선배들의 교육방법에 버티지 못하고
퇴사를 결심했을 때에
커리어가 존재하는, 나를 성장시킬 수 있을 법한 분야의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여러가지 분야가 떠올랐지만, 나는 IT 분야를 한번 배워보고 싶었다.
단순히 흥미를 갖게된건 먼저 IT업계에 발을 담근 친구와의 얘기가 계기였는데,
특징으로는
변화가 굉장히 잦기에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며
자신이 일을 하며 쌓은 지식과 기술은 (온전히 다 활용할 수 없겠지만)다른 직장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가 대표적이었다.
이 특징들에 나는 굉장히 매력을 느꼈다. 내가 찾던 분야에 완전히 들어맞는다고 생각을 했다.
더군다나 거친 생산직 현장에 치이다보니,
좀 더 영한 분위기의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망도 있었던 것 같다.
분야는 IT 분야로 정하였으나, IT분야에도 굉장히 많은 직업이 있는걸 후에 알게됐다.
먼저 걸어간 친구들은 빅데이터 분석 쪽을 택했으나,
나는 아무래도 IT업계에서 그나마(?) 전통이 있다고 생각되는 개발자. 그중에서도 백엔드 개발자를 목표로 하기로 했다.
'왜 개발자였으며 그중에서도 왜 백엔드 개발자였나?' 하면
개발자의 경우, '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가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단순 생산직에서 회사의 부품으로 지내던 생활과 비교해봤을 때,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은 내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래도 비전공자로써의 진입장벽이 다른 IT직업군보다 그나마 수월할 것 같았었고,
예전부터 있어왔던 직종인 만큼, 시장 내에서 수요나 공급의 범위 자체가 광범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도 있다.
또 그중에서도 백엔드 였던 이유는
사실 단순히 프론트 엔드의 경우 어느정도의 미적 감각을 필요로할 것 같아서였다.
물론 그게 오해라는걸 알게 되었고, 어느정도의 숙련자가 된 이후에는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구분짓지 않고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자 한다.